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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템 후기

궁극의 바늘 보관함을 찾아서

작년에 재봉틀을 사고 나서 가장 많이 만든 건 단연코 파우치였다. 몇 개나 만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여기 저기 선물로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보기 위해 바늘 보관함에 도전했다.

아직 평생 쓰고 싶은 궁극의 바늘 보관함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여태까지 만든 시행착오들을 공유해본다.

물론 재봉틀 패턴 대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한것은 아니고, 집에 있는 두 권의 재봉틀 책 모두 돌돌 마는 형태의 필통/도구함이 소개되어있다. 하지만 딱 내가 원하는 형태로 생긴 것이 없기도 하고, 패턴대로  몇 cm 재단하고 막 그러는 건 도저히 못하겠어서....(한숨)

느낌대로 되는대로 만들어보았더니 다소 투박하다. 하지만 내가 쓸 거니까 어떻게든 기능만 하면 괜찮다.

1. 빳빳한 파우치

만들면서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시작해서 끝을 봐야만 했던... 안쓰는 애들 보관하는데 쓰긴 썼다. 지금은 거의 안 씀.

 

2. 사자 파우치

재봉틀도 있기 전에 샀던 사자원단. 일단 너무너무 귀엽다. 그런데 대개 아기들 담요 만들고 내복 만들고 하라고 만든 원단인지, 신축성이 엄청난 다이마루 원단이다. 나도 담요를 만들까 하고 샀던 것인데, 어떻게든 내가 자주 쓰는 물건에 이 원단을 써서 만들고 싶어서 애쓰는 중이다. 얘도 여러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모양과 촉감은 가장 좋다.

 

 

3. 잘못 산 원단으로 만든 파우치

화면상 색상이랑 택배로 받은 색상이 너무 달라서 충격이었던 원단. 질감도 너무 구리다. 이걸 변형'캔버스'라고 부르다니. 그래도 이왕 온 원단이라 원래 만들려고 했던 보관함을 만들었다. 디자인도 괜찮고 두께도 괜찮은데, 질감이 너무 구려서 세탁기에 몇 번은 마구 돌린 듯 한 원단같아서 너무 속상하다. 그래도 무난해서 얘도 당분간 여기저기 쓸 예정.

4. 베트남에서 산 나무 수저 보관함

베트남에는 나무 제품이 다양하고 싸다. 다양한 모양의 나무 숟가락이 들어있는 롤이었는데, 장갑바늘 케이스로 쓰면 딱일 것 같아서 용도를 바꿨다. 사이즈 도장만 내가 찍은 것이고 나머지는 다 원래 그대로다. 진짜 캔버스 천단이라서 튼튼하다. 혹시 장갑바늘이 더 늘어나서 15cm 바늘이랑 20cm 바늘을 따로 보관할 날이 오게 되면 그 때는 다른 거처를 마련해줘야 할 것 같다. 2~3mm 바늘은 한 세트(5~6개)가 한 칸에 다 들어가는데, 8mm는 한 칸에 두세개 남짓밖에 안 들어간다.

 

5. 줄바늘 보관함

가장 최근에 만든 보관함이다. 어떻게 하면 궁극의 바늘 케이스를 만들 수 있을까 하고 형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만든 디자인이다 ㅋㅋㅋㅋㅋㅋ 봉제는 허접하지만 신박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이라 만들고 꽤나 뿌듯했다. 줄바늘, 특히 80cm 이상의 줄바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케이블 꼬임이다!!!!!!! 뜰 때 줄이 꼬이면 뜨개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줄을 꼬지 않고 바늘을 정갈하게 보관하게 보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는 아래처럼 자석을 이용해서 냉장고 벽에 붙여두었다! :-> 한 눈에 바늘이 보여서 너무 편하고 좋다.

 

가는 바늘은 한 칸에 두개 다 들어가고, 좀 굵은 바늘은 한 칸에 하나씩 넣으면 된다. 처음에는 80cm를 보관할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더 작은 바늘들도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 놀고 있는 바늘들은 다 꺼내서 넣어보았다.

 

언젠가 궁극의 바늘 보관함을 완성하는 날을 꿈꾸며 뉴비 니터와 뉴비 재봉틀러(?)의 모험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