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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템 후기

아디 클릭 올리브나무 조립식 바늘 세트 구매 TMI 후기

바늘과 상관 없는 개인적인 후일담

수명이 다한 올리브나무를 이용해서 바늘을 만든다는 글을 읽고 나서, 내 마음 속 뜨개 월드에는 항상 이 바늘이 꿈의 바늘로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로 시험삼아 하나 써본 일체형 나무 바늘의 느낌도 좋았고, 다른 소재의 바늘들을 써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는 매끈한 나무 바늘이 가장 편했다. 하지만 국내에 파는 곳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처음 발견한 한 군데에서는 판매 가격이 20만원이었다. 다른 조립식 바늘 세트와 비교해도 비싸고, 비싼 것에 비해 아마존 후기가 좋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어치 못한다는 단호한 리뷰는 나의 소유욕을 잠시 억누를 뿐, 없애지는 못했다. 이미 나는 '수명이 다한 올리브나무를 이용해서' 만든다는 스토리(마치 그 올리브나무가 지중해 어딘가에서 일생동안 올리브 열매를 만들며 보낸 세월을 나도 그 바늘을 사용함으로써 같이 느낄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낭만적인 환상)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언젠가 반드시 이 바늘을 소유할 것이며 그 때가 언제가 되느냐가 문제였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쇼핑몰에서 직구 가격보다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나는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물론 10만원 중반대이기 때문에 보자마자 클릭하지는 못했는데, 고민고민을 하던 차에 상품이 품절된 것이 아닌가! 쇼핑몰측에 혹시 언제 재입고 되나요 문의를 하고(태어나서 처음 해본 재입고 문의) 답변 주신 기간보다 1~2주 전부터 그 사이트에 매일매일 들어갔다. 품절 버튼이 장바구니/구매 버튼으로 바뀌었을 때의 쾌감이란........ 갬동..... 이 바늘들은 그렇게 내 품에 왔다.

 

첫 인상

상자를 열어 손에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자 실망이 밀려왔다. 패키지가 사진에서 보던 고급스러운 가죽 느낌이 아니었다. 특히 보기만 했을 때랑 직접 들어서 만져봤을 때의 차이가 컸다. 만지면 뭔가 플라스틱스러운 비닐스러운 그런 느낌... 그리고 구석에 있는 아디 클릭 로고도 조금 촌스러운 느낌.... 케이스가 들어있던 거대한 종이 상자는 바로 버렸다. 영어랑 독일어랑 먼가 텍스트가 많아서 참 시끄러운 느낌이었던 상자..

구성품과 내용물

하지만 구린 것은 케이스일 뿐!!!!!! 못생긴 케이스도 직접 만들어서 바꾸면 되긴 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쓰게 될 것 같다. 우선 한 군데 모여있으니 그 자체로 편하다. 구성품은 그냥 그렇다. 게이지자가 작아서 여기저기 들고다니면서 쓰기 좋을 것 같고, 그 외에는 별거 없다. 아마존에 보면 뜨개 마커나 가위가 포함된 구성도 있던데, 내가 산 구성은 사진에 보이는 내용물이 전부다. 커넥터는 그만큼 큰 작품을 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고, 그립은 필요해서 들어있는 거고, 귀여운 핀은, 음...

바늘

바늘 느낌이야 이미 뭐 써봤으니까 새로운 건 아니지만, 아무튼 만족스럽다. 다만 치명적인 단점이 바늘에 호수가 써있지 않다는 점.... 케이블에는 길이가 써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바늘에는 사이즈가 안 써있다. 그냥 순서대로 외워서^^ 쓰는 게 맘 편할 것 같다. 

 

바늘 사이즈는 3.5mm부터 8mm 까지 총 8쌍이 있다. 핑거링(fingering) 굵기의 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가는 바늘은 없고(3mm 이하로 가는 바늘은 대부분 일체형이다), 초보자들이 많이 뜨는 super bulky 굵기의 실을 쓰기에는 바늘이 부족하다. 10, 12mm가 추가된 바늘 세트도 많은데, 얘는 없다. 3mm와 3.75mm도 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없다. ㅎ_ㅎ 옷을 뜰 때 무난하게 자주 뜨는 굵기가 dk, sport 정도로 3.5~6mm 라 그런지 그 사이에만 0.5mm 단위로 바늘이 있다. 나는 극단적으로 가는 실-fingering, 4pky-과 극단적으로 굵은 실-bulky, super bulky-만 거의 떠 봤는데, 앞으로 이 바늘을 쓰기 위해서라도 dk 굵기의 실로 여러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바늘 8쌍에 케이블 3개에 14만원이니 니트 프로 등 다른 바늘 세트의 보편적인 가격대보다 단가가 다소 높은 편이다.

 

조립 방법

케이블과 바늘을 연결할 때 니트프로 제품은 작은 나사가 끝에 있어서 돌려서 끼우는데, 아디 클릭 제품은 이름 그대로 '클릭' 해서 고정한다. 쓱 넣고 고정하고 돌리면 고정되는 느낌이 난다. 이 때 같이 들어있는 그립을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돌릴 수 있다. 맨 손으로 하다보니 얇은 금속이라 쇠 냄새도 심하고 자꾸 헛도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이 그립을 꺼내서 집고 끼우고 하다보니, 굳이 나사보다 훨씬 편의성이 높은지는 잘 모르겠다.

총평

더 자세한 후기는 이 바늘을 사용해서 뭐라도 떠 봐야 할 것 같다 :) 지금은 롱팁이 필요한 큰 무언가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데, 조만간 스웨터뜨기를 시작하면 그 때 사용해 볼 예정이다.

 

장점: 유니크한 올리브나무, 바늘이 예쁘다, 질감이 좋다, 독일에서 제조되었다.

단점: 케이스가 못 생겼다, 구성품에 비해 조금 비싸다.